제목 : 7월 22일 보길도(1박2일) 여행기....
이름: tori
작성일: 2006-07-25
조회: 6,419
비가 하염없이 내리다가 그친 한 주....또 다시 비소식에 걱정도 컸지만
이번 보길도 여행은 취소되지 않았다.
평상시 보다 이른 새벽 5시에 대전을 출발하여 공주에 도착...
이 날은 공주출발이었다.
흐린 듯하면서도 깨끗한 하늘에 안도의 숨을 내쉬며 출발한 여행...
호남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려 광주에서 빠져 나간 후 나주쪽으로 달리다 보면 땅끝 마을
해남이 나온다.
해남을 슬쩍 돌아서 가다보면 나오는 완도...도착할때까지 거의 여섯 시간을 달렸다^^
빙그레 웃을 완(莞)자를 쓰는 완도는 이름그대로 고향을 생각하며 빙그레 웃을 수 있는
섬이길 고대하며 지은 이름이란다...
무척 예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 날의 점심은 간장게장과 홍어 삼합....
입맛은 누구나 다른 것...솔직히 내 입맛으론 별로...라고 하고 싶은데^^
점심 식사 후 해변 도로를 달려 간 곳은 작년(재작년인가) 선풍을 일으켰던 드라마 해신의
청해진포구 셋트장이 있는 소세포이다.
해신이 끝난 후에도 서동요...태왕사신기 등 여러 드라마가 촬영되었다고 한다.
잘 가꾸고 있는 것이 한눈에 느껴졌다.
시원스레 푸른 바다가 보이는 소세포의 아늑한 품 속에 자리잡은 소세포....
이 곳에서 맛보는 드라마 속 느낌은 남다르다...
내가 주인공인양 마치 눈 앞에서 촬영되고 있는 듯한 상상에 잠겨 보았지만 일단은 탈렌트가
아닌 관계로 생각되로 이미지가 그려지지는 않더구만...그리고....
작년까지만 해도 바다위에 두둥실 떠 있던 배 세척이 태풍때문인지 두 척은 쓰러져 해안가에
올라와 있고 한 척은 구겨질대로 구겨져 벗어던진 옷가지 같은 분위기로 떠 있는 것이 못 내
아쉬웠다..
청해진 세트장만 보기엔 좀 아쉬워 정도리 구계등을 가 보기로 했다...
구계등...말그대로 아홉개 계단의 언덕.....
청화석...몽돌이라고 하면 더 쉽게 알아들으리라...
크고 작은 몽돌들이 바닷속 깊은 곳에서 부터 해안까지 아홉계단을 이루고 있는 해안...
이번 태풍으로 많이 쓸려 가고 다시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란다...
자연은 아름답지만 또 그 파괴력을 보면 두렵기 짝이 없다...
몇 천년을 거쳐 만들어졌을 구계등 몽돌을 하루아침에 사라지게도 그리고 다시 끌어다
놓기도 하는 것을 보면 자연이라는 위대한 신을 보는 기분이다...
구게등 해안의 또다른 즐거움은 저멀리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을 볼 수가 있다는 것이다.
날이 흐려던 관계로 흐릿한 영상을 보긴 했지만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또 다른 구경거리...이 곳의 방풍림이다.
심어진 지 250년 정도...참나무와 밤나무 생강나무등 다양한 나무들이 살아 숨쉬는 방풍림..
아무리 어려운 때에도 이 곳의 나무를 베어 쓰지 않은 동네 사람들도 자랑스럽고 이곳을
가꾸며 아끼고 사랑하며 지켜내고 있는 국립공원관계자들도 칭찬받아야 하지 않을까.
가이드 아가씨(작년에 봤을때 보다 살이 조금 붙은 듯...)의 새부르는 피리 소리는 여전히
청량하고...나도 시도 해보았지만 그 소리는 나오지 않더이다...
그 새소리에 날아드는 새들을 보면 감탄 소리가 절로 난다...
구계등을 뒤로 하고 보길도 가는 배편을 타기 위해 완도 화흥포항으로 갔다.
아주 조그마한 항구다....
바다가 사랑스럽고 몇개 밖에 없는 상점들로 고즈넉한 느낌의...
일찍 도착하여 뭔가 구경을 하면 좋았겠지만 그저 이리저리 걸어다니거나 앉아서 쉬는 정도.
6시 보길도 행 배편이 도착했다.
커다란 배에 승객은 몇 안된다.
이맘때면 보길도로 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것이 당연할텐데 아마도 주말 비 소식 때문이리라.
삼층으로 된 배...1층은 자동차나 트럭등 차들이 타는 곳...
2층은 승객들이 누워 쉴 수 있는 방으로 되어 있었고...3층은 탁 트인 전망대이다.
몇몇이 바다를 구경하러 올라갔지만 차갑게 불어오는 바닷 바람에 포기하고 배 안으로
들어오고 만다...나도 올라가봤지만 금새 내려와야만 했으니...
완도에서 보길도는 뱃길로 18키로가 조금 넘는다...
보길도 뿐 만 아니라 근처 섬들도 들러 가는 배라서 인지 버스로 치면 완행이라고나 할까.
1시간 20분 정도 걸려 보길도 청별항 도착....
항구의 모습은 마치...음...최근에 새로 만들어진 듯한 식당가와 모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지만 작은 시골의 번화가 같다고나 할까....
우리가 묵기로 예약되어 있는 곳은 "세연정"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식당 겸 모텔....
우선은 방을 찾아 쉬거나 샤워 후 저녁을 먹기로 했다.
보길도.....옛날 영암의 한 부자가 묘자리를 찾기위해 이곳으로 지관을 데리고 왔단다...
지관이 섬을 둘러 본 후 "十用十一口 甫吉"이라고 한데서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고??? 다음 행사때 따라 나서시라^^...
고산 윤선도 선생의 섬으로 더 유명하다...
고산이 병자호란 당시 고향 해남에 머무르다가 임금이 강화도로 피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배를 타고 강화도로 가다가 항복소식을 접한 후 그대로 배를 돌려 제주도를 향해 가다가
중간에 보길도에 반해 이 섬에서 집을 짓고 은거 생활을 하였다고..
간단하게 샤워 한 후 저녁을 먹으러 내려갔다...
점심식사가 그저 그랬던 관계로 별 기대도 안 했는데...음식이..맛이 일품이다.
우럭 매운탕은 칼칼하면서도 시원하고 꼴뚜기 젓갈과 겉절이 김치는 어찌나 맛깔스러운지..
밥 한공기가 부족해 두공길르 쓱싹 해치우고 말았다.
손님들도 모두 맛있어 하시는 것 같아 어찌나 기분 좋은지...
식사 후 얘기 꽃을 피우신 손심들을 뒤로 한 채 방으로 올라 와 쉬기로 했다...
늦은 밤 아름답기로 유명한 보길도 길을 산책 못 한다면 못내 서운할 것 같아 산책을 나섰다.
여기 저기서 낚시를 즐기거나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보인다..
시원한 밤 바다 바람....건너편 섬의 화려한 색채...환한 불빛들이 별천지처럼 보인다.
아마도 저쪽 서에서도 우리쪽을 본다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다음 날 아침....
조개국으로 아침을 먹었다..역시나 맛있었다^^...지금 생각하니 또 먹고 싶어진다...
보길도에선 택시투어를 하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다..
세 대의 택시에 팀을 나누어 탔다.
섬의 택시는 대개 7인승 코란도 종류가 많았다..
가스 시설이 없기 때문에 경유차가 많은 것이며 일단 함번 기름을 살때 꽤 많은 양을 사야한단다.
각자 자신의 기름통이 있다고...이것이 바로 섬인지도 모르겠다.
도시에선 돌아서기만 하면 주유소가 있지만 섬에선 한 번 오는 정유선을 기다려야 하니...
택시 기사 아저씨의 설명을 들으며 맨 처음 간 곳은 보옥리 공룡알 해변...
어제 갔던 구계등처럼 크고 작은 자갈들로 이루어 져 있으며 옆의 뾰족산의 정취와 맞물려
꽤 아름답다...
공룡알 해변으로 가는 길에 있는 망끝 전망대...이 곳은 보길도에서 유일하게 망망대해를
볼 수있는 곳이라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다도해에 위치한 보길도다 보니 망망대해 보기가 쉽지 않은가보다...
날이 좋으면 멀리 제주도와 추자도까지 보인다고....
다음으로 간 곳은 고산 윤선도 선생 섬답게 그리고 어제 우리가 잤던 모텔과 또같은 이름의
"세연정"...
고산 선생이 보길도에 정착해서 마을 이름을 부용동이라 하고 그곳에 세연정이라는 정자를
세워 자연을 즐기며 그 유명한 어부사시가를 지었다는 곳이다.
흐르는 개울에 굴뚝다리를 놓아 연못을 만들고(세연지) 귀 안에 정자를 지어 살다니...
최치원 선생만큼이나 도인기질이 다분 한 듯 하다...
(더 알고 싶으시다면 이곳을 클릭하세요..하고 싶네용^^;)
그 다음은 천연기념물 45호인 예송리 상록수림....모기가 없단다...왜냐고? 잘 모르겠다.
우선은 몽돌로 이루워진 해안이 보옥리보단 길어서 인지 더욱 예뻐보인다..
상록수림으로 둘러싸여 바닷가에선 마을이 보이지 않고 마치 섬안의 섬같다고나 할까...
아름답고도 사랑스러운 뭔가가 있는 듯도...
최근엔 민박집이 많이 생겼다고 하니...
다음엔 일주일 정도 예정을 잡고 여행 오고 싶기도 하다...
택시 투어를 끝낸 후 다시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긴 후 배를 타러 나섰다...
윤선도 선생이 보길도에서 육지로 갈때 항상 이곳에서 배를 탔다나 그래서 청별이라 이름을
붙였다니...항구 이름이라기 보다 시의 제목같다...
청별항에선 해남으로 가는 배를 탔다.
해남끼지 해상 12키로....직행이었던 것 같다...50분만에 도착...
땅끝 전망대가 보이는 항구에서 잠시 쇼핑거리를 찾아보다가 점심을 먹으로 해남읍을 향했다.
점심은 용궁 해물탕집....전에는 골목안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어느새 큰 길로 이전...
위치가 바뀌면 손 맛도 바뀌는 법인데 이집은 더 좋아진 것도 같다..
살아서 꿈틀대는 낙지를 본다는 건 왠지 서글퍼진다.
저걸 먹어야 하나...싶은게...음.....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운 후 해남 두륜산에 있는 고찰...서산대사와 사명당 뇌묵당의 표충사가
있는 대사찰 대흥사로 향했다.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아 차가 올라가서 적게 걸을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다.
여느 사찰과 다르게 옆으로 앉아 있는 대웅보전은 옛날 화재로 소실 된 후 물근처로 옮겼기
때문이라고...그래서 인지 침계천 다리 침계교를 건너야만 갈 수 있다^^
원래는 여기까지 였지만 서비스로 녹우당에 가기로 했다.
대흥사에서 멀지도 않고 또 보길도를 갔다 왔다면 녹우당은 필수 코스라고나 할까...
녹우당....효종임금이 스승이었던 고산을 위해 경기도 수원에 지어 준 것을 임금이 하사한
집을 그냥 두고 내려 올 수 없다며 해체해서 이 곳 해남으로 옮겨 세웠다고...
해남 윤씨의 재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나 해야 할까...
하긴 일평생 풍류를 즐긴 선생을 보면 웬만한 재력으론 쉽지 않은 일^^;
어쨌든 지금은 해설사까지 두고 해남 윤씨 박물관까지 세운 것을 보면 해남시에서 관리를 잘
한다고 봐야하겠다.
녹우당(綠雨堂)...한자의 뜻 그대로 직역하자면 녹색의 비의 집....
녹우당 둘레에 심어져 있는 대나무가 바람에 우는 소리를 표현 한 것이라니 풍류 아닌게 없다^^
녹우당을 끝으로 공주로 출발.....결국 9시가 훨씬 넘어 도착...
대전에 도착하니....10시가 넘어 있었다....
몹시 지쳐있었지만 그래도 보길도를 다녀온 건 기분 좋은 피로였다...